💬 “내 세금인데, 왜 당신이 받아?”
결혼이주여성이 SNS에 85만 원 소비 쿠폰을 인증한 순간, 댓글창은 순식간에 폭격을 맞았습니다.
“내 세금 돌려내라.”
“외국인이 세금 타먹네.”
“결혼했다고 혜택이 이렇게 많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용히 그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누구도 그녀에게 “고생 많았어요”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녀는 ‘받을 자격이 없다’는 시선에 둘러싸였습니다.
1. 85만 원 소비쿠폰, 도대체 무슨 정책이었나?
문제가 된 쿠폰은 지자체가 결혼이주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한 복지 정책이었습니다.
- 지방 소멸 위기 대응과 다문화가정의 정착을 위한 시책
- 출산, 육아, 생필품, 교육 등의 명목으로 사용 가능한 지역화폐 지급
- 최대 85만 원, 거주 요건 및 가족관계 조건 충족 시 지급
즉, 이미 수년 전부터 예산안으로 편성돼 운영되던 공식 제도였습니다.
지급 대상자는 대부분 영주권자 또는 귀화 전 단계의 결혼이주여성이었으며, ‘공짜’가 아닌 ‘사회 정착을 위한 지원’이었던 셈입니다.
2. 인증은 자유인데, 왜 혐오가 쏟아졌을까?
결혼이주여성은 SNS에 간단히 남겼습니다.
“지자체에서 받은 쿠폰으로 아이 책 사주고, 생필품도 샀어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게시물은 순식간에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며 악성 댓글에 시달렸습니다.
- “우리도 어려운데 왜 외국인한테 돈을 주냐?”
- “내 세금으로 당신이 쇼핑을 하네?”
- “일도 안 하면서 세금만 축낸다.”
결국 게시물은 삭제됐고, 그녀의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혐오 반응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 상대적 박탈감: 나에겐 없는 혜택을 남이 받는다는 인식
- 편견: 결혼이주여성 = 외국인 = 세금 혜택을 받으면 안 된다는 오류
- 정보 부족: 정책의 취지나 조건에 대한 무지
즉, 정책 자체보다 ‘받는 사람의 정체성’에 기반해 혐오가 쏟아진 셈입니다.
3. 한국 사회의 ‘복지 혐오’가 향하는 방향
이번 사건은 단지 결혼이주여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복지 정책의 수혜자에게 “그럴 자격 있나?”를 묻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 청년이 수당을 받으면 “편하게 사네”
- 중장년이 대출을 받으면 “사기 치는 거 아냐?”
- 이주민이 쿠폰을 받으면 “내 세금 빨아먹는다”
이처럼 복지 혜택에 대한 감시와 질투가 강해질수록,
‘누가 복지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선 긋기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입니다.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든, 필요할 때 공공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결혼이주여성 역시 대한민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며,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구성원입니다.
✅ 결론: 혐오가 복지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한 장의 쿠폰 인증 사진이 불러온 혐오 폭탄.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첫째, “누가 받았는가”보다 “왜 필요한 혜택이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둘째, 복지를 받는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혐오해서는 안 됩니다.
결혼이주여성도 우리의 이웃입니다. 같은 도시에서 살고, 같은 마트를 이용하고, 같은 병원에 아이를 데려가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삶에 손을 내밀지 못하더라도, 혐오의 돌은 던지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바꿔야 할 건 제도가 아니라 시선입니다.